오늘 국회 공청회, "소아근시를 질병으로 다루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서울에 사는 열아홉 살 청소년 100명 중 96명은 안경 없이는 칠판 글씨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근시 얘기다. 오랫동안 '동아시아형 질환'으로 불려온 이 흐름이 이제는 대만과 중국마저 앞지르는 수준으로 번졌고, 오늘 국회에서는 이를 개인의 시력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관리해야 할 공중보건 의제로 다루자는 공청회가 열린다.
충북대병원 안과 교수이자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인 최미영 교수가 지난 9월 19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19세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96.5%에 달한다. 오랫동안 근시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혀온 동아시아 안에서도 유독 두드러지는 수치다. 같은 연령대를 기준으로 대만은 95.9%, 중국은 87.7%, 싱가포르는 81.6%였고, 미국 전체 인구의 근시 유병률은 41.6%에 그쳤다.
문제는 속도다. 한국에서는 소아근시가 발병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이는 시력을 크게 위협하는 '고도근시'로 진행되는 시점도 앞당긴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근시가 1디옵터 진행할 때마다 망막박리, 황반변성, 녹내장 등 시력을 위협하는 질환의 발병 위험이 30~67%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지난해 근시를 단순한 굴절 이상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근시 유병률이 10%포인트 오를 때마다 시각장애 인구가 약 100만 명씩 늘어난다는 추산도 이 제안에 힘을 싣는다. 미국에서는 2050년이면 전체 시각장애의 43%가 근시 관련 질환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만은 2010년부터 '톈톈(天天) 120'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하루 최소 120분은 야외에서 활동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정책 시행 전 연간 1.58%씩 늘던 근시 유병률은, 시행 이후 연간 2.34%씩 줄어드는 추세로 돌아섰다. 개별 개입 연구에서는 효과가 더 뚜렷했다.
신규 근시 발생률 17.7% · 연간 진행도 0.47D
신규 근시 발생률 8.4% · 연간 진행도 0.35D · 급진행 위험 54%↓
대만근시질환학회 이사인 우페이창 교수는 지난 9월 16일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 소아근시 미디어 간담회에서 "근시 직전 단계에 있는 아동은 2년 안에 근시가 발병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14배 높다"며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대만·일본 세 나라의 전문가가 모여 소아근시를 공공보건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근시는 더 이상 안경 하나로 끝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관리해야 할 공중보건 의제다.
9월 16일 간담회에서 예고된 절차대로, 오늘(28일) 국회에서는 대한안과학회와 실명예방재단이 공동으로 여는 정책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소아근시를 관리할 국가 차원의 검진·중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치르게 될 비용은 작지 않다. 실명으로 인한 전 세계 사회경제적 부담은 1,342억 달러(약 186조 원) 수준으로 추산됐고,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50년에는 3,730억 달러(약 517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근시 관리를 '개인의 안경값'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재정 문제로 봐야 하는 이유다.
96.5%라는 숫자는 이변이 아니라 예고된 결과였다. 관건은 한국이 대만의 '하루 120분'에 해당하는 자기만의 해법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