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진 흑자전환, 그 뒤에는 6개월 만에 세 배 뛴 수율이 있다
지난 4년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따라다닌 꼬리표는 '적자'였다. 2026년 상반기에도 36억 3,000만 달러(약 5조 5,2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흐름이 바뀌고 있다. 흑자전환 예상 시점은 당초보다 한 분기 앞당겨졌고, 핵심 지표인 2나노 공정 수율은 반 년 만에 세 배로 뛰었다. 무엇이 이 반전을 만들었을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2년 이후 4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2026년 상반기에도 36억 3,000만 달러(약 5조 5,2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문제는 손실 규모만이 아니었다 — 시장에서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이 더 뼈아팠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2024년 1분기 10.5%에서 2025년 3분기 7.1%까지 주저앉았다. 반면 같은 기간 TSMC의 점유율은 62.8%에서 70.4%로 오히려 상승했다.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시장 전체가 한 회사로 더 쏠리는 흐름이었다.
2024년 1분기 10.5% → 2025년 3분기 7.1%. 가동률 부진과 수율 문제가 겹치며 4년째 적자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62.8% → 70.4%로 상승.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벌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흐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4분기로 점쳐졌던 파운드리 사업의 흑자전환 시점이 3분기로 한 분기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공식 확인된 수치는 아니지만, 그 근거로 지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 2나노 공정 수율의 반등, 그리고 HBM4용 베이스 다이 가동률 상승이다.
반전의 신호는 실적표보다 공정 데이터에 먼저 나타났다. 2026년 3월 기준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평균 수율은 60%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작년 하반기 20%대에서 불과 6개월 만에 세 배 가까이 뛴 수치다. TSMC의 2나노 수율(60~70%대)과의 격차도 눈에 띄게 좁혀졌다.
이 수율 개선의 배경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기반 2나노 공정의 성숙이 있다. 다만 위탁생산 고객사별로 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은 평균 수율이 아직 50%를 밑돌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성능과 수율 모두 의미 있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중국 카난(Canaan), 마이크로BT(MicroBT) 등이 위탁한 비트코인 채굴기용 칩은 상대적으로 회로 구조가 단순해 수율 개선이 먼저 확인됐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흔히 나타나듯, 복잡한 로직 칩보다 단순한 설계의 제품에서 수율이 먼저 안정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수율이 오르자 뒤따라온 건 수주 소식이다. 2026년 7월 30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와 AI·고성능컴퓨팅(HPC) 고객사들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브로드컴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과는 이미 협의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 설계에 착수한 프로젝트가 여럿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반도체 업계에서 '설계 착수' 단계는 통상 실제 양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신호로 읽힌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율 60%와 수주 2배라는 두 개의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4년의 적자는 비로소 '지나간 일'이 될 조건을 갖춘다.
물론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흑자전환은 공식 발표 전이고, 엑시노스 2600처럼 일부 제품의 수율은 여전히 50%를 밑돈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수율과 수주라는 두 지표가 동시에, 그것도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난 4년과는 분명히 다른 신호다.
3분기 실적표에 실제로 '흑자'라는 글자가 찍히는 순간, 이번 반전은 숫자를 넘어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