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연료 18kg으로 만든 절반의 기적
10년. 나사가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에 처음 배정한 임무 수명이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 이 망원경은, 첫 궤도 수정만으로 예상 수명을 22년으로 두 배 넘게 늘렸다. 비결은 거창한 신기술이 아니라 '연료를 남긴 것'이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160만km 떨어진 태양-지구 제2 라그랑주점(L2)을 향해 날아갔다. 이 궤도에 정확히 안착하려면 발사 직후 궤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연료가 필요한데, 나사는 이번 수정에 하이드라진 추진제 18kg만 사용했다고 밝혔다. 애초 배정해둔 양(200kg)의 채 10분의 1도 쓰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발사 중량이 허용 한도보다 약 2톤 가벼웠던 점도 더해졌다. 정밀한 궤도 설계와 발사 성공이 맞물리면서, 남은 연료로 훨씬 더 오래 자세를 유지하고 관측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주망원경의 수명은 대개 연료가 바닥나는 시점에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연료 여유'는 곧바로 임무 기간 연장으로 이어진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동일한 2.4m 지름의 주경을 쓰지만, 한 번에 담는 시야는 허블보다 약 100배 넓다. 이 넓은 시야를 앞세워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정체를 추적하고,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 임무로 꼽힌다.
임무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난 만큼, 과학자들은 애초 계획보다 훨씬 방대한 우주 지도를 그릴 시간을 벌었다. 나사 측은 아직 정식 관측을 시작하기 전 단계지만, 이번 연료 절감이 로먼 망원경을 '오래 쓰는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기준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주망원경은 고장 나도 고치러 갈 수 없다. 허블처럼 우주왕복선으로 수리한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였고, L2 궤도처럼 먼 곳에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결국 연료가 얼마나 남았는지가 곧 망원경의 수명표가 된다.
10분의 1도 안 되는 연료로 임무 기간을 두 배로 늘린 이번 사례는, 다음 세대 우주망원경 설계에도 참고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