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곳 넘게 문 닫은 거리, 그리고 다시 움직이는 재건축
1970년대,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설악동 종합개발사업'으로 태어난 이 동네는 한때 전국 수학여행단이 몰리는 최고의 관광지였다. 그런데 지금 이곳을 걷다 보면 지붕이 무너지고 벽이 벗겨진 채 방치된 숙박업소와 상가를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설악동은 원래 A~F 6개 지구, 약 64만 평 규모로 계획됐지만 실제로는 1976년부터 1978년 사이 A~C지구 38만 평만 조성됐다. 이곳에는 한때 호텔·콘도·유스호스텔 등 숙박업소 80개와 상가 150여 개가 들어서, 1980~90년대 전국의 학생 단체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2023년 10월 기준 보도에 따르면 문을 닫은 숙박업소와 식당은 130곳을 넘어섰다. 일부 건물은 지붕이 무너지고 외벽이 벗겨진 채 방치돼 있고, 한때 여러 곳이던 치킨집도 지금은 단 한 곳만 영업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쇠락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대규모 단체관광에서 소규모 테마형 여행으로 관광 트렌드가 바뀌었고, 애초 스포츠·레저 시설을 짓기로 했던 D~F지구 개발이 무산됐다. 당일치기 여행이 늘면서 숙박 수요 자체가 줄었고, 과거 일부 업소의 바가지 논란과 서비스 품질 저하도 발길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 일대를 다시 정비하려는 재건축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밤이 되면 옛 리조트 건물을 활용한 전시가 열리기도 하는 등 낡은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리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설악동 일대를 지날 계획이라면, 화려했던 과거와 지금의 낙차 자체가 하나의 답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다만 일부 건물은 안전상 접근이 제한돼 있을 수 있으니 무단 진입은 삼가는 것이 좋다.
화려했던 수학여행 1번지의 자리에는 이제 낡은 간판만 남았지만, 그 빈자리를 다시 채우려는 움직임도 함께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