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아이돌, 무대에 서다
— K팝이 그리는 2026년의 뉴 페이스
목소리는 학습되고, 얼굴은 렌더링된다
가상 아이돌이 음원 차트에 오르는 일이 더 이상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2026년 가요계에서는 ‘키키(Kiki)’와 ‘하투하(Hatuha)’ 같은 버추얼 아이돌이 실제로 선전하고 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aespa)는 인간 멤버와 가상 자아 ‘ae’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례로 자리 잡았다. 대형 기획사 HYBE도 버추얼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질문은 이제 ‘가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책임지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가상의 얼굴이 실제 차트에 오르는 시대
버추얼 아이돌 ‘키키’와 ‘하투하’는 2026년 국내 가요계에서 실질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선보인 에스파의 ‘인간+가상자아’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는 흐름이며, HYBE 역시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이 버추얼 아티스트 관련 매출을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영역이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 전체로 보면 배경도 우호적이다. 2023년 기준 글로벌 녹음음악 매출은 28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2% 성장했고, 이 중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에 달한다. 음악·공연 분야는 한국 콘텐츠 수출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이며, 버추얼 아티스트는 이 성장세에 올라탄 새로운 변수다.
비용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다만 모든 사례가 인간 아이돌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초기 3D 렌더링과 AI 시스템 구축, 브랜드 만들기에 드는 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화제성과 실제 수익성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목소리의 저작권, 누구의 것인가
가장 뜨거운 쟁점은 법적·윤리적 영역이다. AI 음성 합성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와 원 아티스트의 동의 여부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특히 세상을 떠났거나 활동을 중단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후 음성 사용’ 문제, 그리고 딥페이크 기술이 악용돼 허위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이에 대응해 한국저작권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한국 AI 기본법’을 통해 합성 콘텐츠에 대한 책임 소재와 표시 의무를 제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스스로도 자율적인 워터마킹 체계를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술은 이미 무대 위에 올라섰다. 남은 숙제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법이 따라잡는 일이다.
K팝의 다음 세대는 사람과 데이터가 함께 만드는 얼굴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얼굴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신뢰받으며 무대에 설 수 있을지는 결국 법과 제도가 얼마나 빨리 따라붙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