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태양 경쟁 2026
— SPARC·헬리온·TAE, 누가 먼저 불을 켤까
핵융합, 실험실을 떠나 전력망으로
2022년 12월, 미국 국가점화시설(NIF)의 레이저가 사상 최초로 핵융합 반응에서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는 ‘점화(ignition)’에 성공했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증명을 실제 발전소로 옮기려는 민간 기업들의 경주가 본격화됐다. 목표는 같다 — 태양이 하는 일을 지구에서, 상업적으로 재현하는 것.
네 개의 트랙, 네 가지 방식
2026년 현재 핵융합 상용화 경쟁을 이끄는 선두 그룹은 대략 네 갈래로 나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스핀아웃한 Commonwealth Fusion Systems(CFS)는 고온 초전도(HTS) 자석을 활용한 콤팩트 토카막 ‘SPARC’를 앞세운다. 2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첫 플라즈마 발생을 2027년으로 목표하고 있다. 후속 상용 발전소 ‘ARC’는 2030년대 초 전력망 공급을 목표로 하며, 이미 미국 전력회사 도미니언 에너지와 전력구매계약(PPA)까지 체결한 상태다.
워싱턴주 기반의 Helion Energy는 자기장 반전 배치(FRC) 방식을 택했다. 약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50메가와트 규모의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며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일정을 두고 “극도로 공격적(extremely aggressive)”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TAE Technologies는 빔 구동 FRC 방식에 수소-붕소-11 핵융합이라는, 중성자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방식을 추구한다. 역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으며 2020년대 후반 순에너지 달성, 2030년대 상용 배치를 목표로 한다.
NIF가 증명한 것
이 모든 민간 경쟁의 출발점에는 정부 주도 연구시설의 성과가 있다. 미국 국가점화시설(NIF)은 2022년 12월 세계 최초로 ‘과학적 점화’를 달성했고, 2024년에는 수 메가줄(megajoule) 규모의 핵융합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관성 핵융합 방식으로 물리적 가능성을 증명한 이 성과가, 이후 민간 관성 핵융합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공격적인 일정’이라는 공통된 꼬리표
네 프로젝트 모두 화려한 숫자와 계약을 내세우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시선은 신중하다. 핵융합은 지난 70년간 “앞으로 30년”이라는 농담이 따라다닐 만큼 상용화 일정이 계속 미뤄져 온 분야이기 때문이다. 헬리온의 2028년 목표나 SPARC의 2027년 첫 플라즈마 목표 모두, 실제로는 몇 년씩 늦춰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도미니언 에너지 같은 실제 전력 수요자들이 선구매 계약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신호다. 핵융합은 이제 순수 연구실의 언어가 아니라, 전력구매계약(PPA)이라는 산업의 언어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