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도 한쪽 손을 고른다 — 2026 노벨화학상, 100년 된 수수께끼에 답하다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 본관 건물
과학 · ISSUE REPORT

분자도 한쪽 손을 고른다
— 2026 노벨화학상, 100년 된 수수께끼에 답하다

프랑스의 앙리 카간과 일본의 소아이 겐소, 거울에 비친 분자의 두 얼굴을 풀어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다음 도시도 함께 떠나요 · Let’s explore the next city together

지난 10월 7일,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은 202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앙리 카간(95)과 일본의 소아이 겐소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상 이유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의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 발견”. 분자에도 거울에 비친 모양처럼 좌우가 뒤바뀐 두 형태 — 거울상 이성질체 — 가 존재하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그중 단 한쪽만 쓴다는 사실은 100년 넘게 화학자들을 붙잡아 둔 질문이었다. 두 사람의 연구는 그 질문에 실험실에서 재현 가능한 답을 내놓았다.

12M스웨덴 크로나 상금(약 120만 달러) · 2인 균등 분배
95세최고령 수상자 앙리 카간 — 1930년생, 파리-사클레대 명예교수
40년카간의 비선형 효과 발견(1986)부터 수상까지 걸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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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간의 발견 — 완벽하지 않은 촉매가 만든 완벽한 결과

카간은 1930년 프랑스 불로뉴비앙쿠르에서 태어나 소르본대에서 공부하고 1960년 콜레주드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거의 40년을 파리-쉬드대(현 파리-사클레대)에서 보냈다. 그가 일찍이 개발한 키랄 리간드 ‘DIOP’는 로듐 촉매와 결합해 원하는 거울상 이성질체를 높은 비율로 얻어내는 반응을 가능케 했고, 이는 이후 제약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비대칭 수소화 촉매들의 토대가 됐다.

카간의 핵심 발견은 1986년에 나왔다. 당시 화학자들은 촉매의 ‘순도'(한쪽 거울상 이성질체가 얼마나 더 많은가)가 생성물의 순도와 그대로 비례한다고 믿었다. 카간은 이 관계가 선형이 아닐 수 있음을 보였다 — 두 거울상 이성질체가 다소 섞인, 즉 불완전한 촉매를 써도 예상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한쪽 생성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비선형 효과’는 완벽하게 순수한 촉매 없이도 고순도의 결과물을 얻는 실용적 방법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반응이 진행되는 동안 촉매 분자들이 서로 뭉쳐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창이 됐다.

거울상 이성질체란

원자 구성은 똑같지만 거울에 비친 것처럼 좌우가 뒤바뀐 두 분자를 거울상 이성질체(enantiomer)라 부른다. 두 형태는 화학적으로는 거의 같아 보이지만 생체 내에서는 전혀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 한쪽은 약으로 쓰이고 다른 한쪽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신약 개발에서는 원하는 한쪽만 선택적으로 만들어내는 ‘비대칭 합성’ 기술이 핵심이다.

왼손과 오른손처럼 겹쳐지지 않는 거울상 분자를 설명하는 그림
왼손과 오른손처럼, 분자도 겹쳐지지 않는 거울상의 두 형태를 가질 수 있다 · 그림: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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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이의 반응 — “생명 말고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

195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소아이 겐소는 1979년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1년 도쿄이과대에 합류해 1991년 정교수가 됐다. 그가 1995년 발표한 반응은 이전까지 없던 성질을 지녔다 — 반응이 만들어낸 거울상 이성질체 산물이, 다시 그와 같은 형태의 분자를 더 만들어내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이다. 아주 작은 초기 불균형이 반응이 반복될수록 점점 더 커지는 ‘비대칭 자기촉매’ 현상이었다.

2003년 소아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거울상 대칭이 전혀 없는 원료 물질에서 출발해 반응을 거듭한 끝에, 거의 완전히 한쪽 형태로만 이뤄진 분자를 얻어낸 것이다.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은 이 성과를 두고 “생명체 그 자체를 제외하면, 이전까지 어느 누구도 이런 일을 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앙리 카간과 소아이 겐소는 100년 넘게 이어진 화학의 수수께끼 — 균일한 한쪽 손잡이가 어떻게 저절로 나타날 수 있는가 — 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 하이너 링케, 노벨화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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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을 넘어 — 신약 설계에서 생명의 기원까지

두 사람의 발견이 가장 먼저 쓰이는 곳은 제약 산업이다. 원하는 거울상 이성질체만 선택적으로 만들어내는 비대칭 합성 기술은 의약품·향료·첨단 소재 제조에서 반응의 효율과 안전성을 좌우한다. 카간이 개발한 키랄 리간드 계열은 이미 세대를 거쳐 다양한 비대칭 수소화 촉매로 이어졌고, 소아이의 자기촉매 개념은 미세한 비대칭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합성 경로를 제시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생명의 기원에 있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단백질을 지을 때 한쪽 형태의 아미노산만 쓰고, DNA의 당은 그 반대쪽 형태만 쓴다 — 왜 생명은 이렇게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을까. 소아이의 반응은 생물이 존재하기 전, 순수하게 화학적인 과정만으로도 거의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작은 초기 불균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완전한 한쪽 치우침(균일키랄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험실에서 처음 보여준 사례다.

노벨위원회가 ‘100년 된 화학의 수수께끼’라 부른 질문은, 결국 생명이 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과학#노벨상#노벨화학상#비대칭합성#화학

자료 출처: 로이터(Khaleej Times, 2026.10.07), 아나돌루통신(AA, Dilara Hamit, 2026.10.07) 보도 종합. 사진: Hackspett / Wikimedia Commons(CC BY-SA 2.5),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