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포트

  • 4년 적자 끝, 삼성 파운드리가 웃었다 — 2나노 수율 60%가 만든 반전

    삼성전자 사업장 전경
    첨단기술 · ISSUE REPORT

    4년 적자 끝, 삼성 파운드리가 웃었다
    2나노 수율 60%가 만든 반전

    당겨진 흑자전환, 그 뒤에는 6개월 만에 세 배 뛴 수율이 있다

    난 4년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따라다닌 꼬리표는 ‘적자’였다. 2026년 상반기에도 36억 3,000만 달러(약 5조 5,2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흐름이 바뀌고 있다. 흑자전환 예상 시점은 당초보다 한 분기 앞당겨졌고, 핵심 지표인 2나노 공정 수율은 반 년 만에 세 배로 뛰었다. 무엇이 이 반전을 만들었을까.

    60%대2026년 3월 기준 2나노 파운드리 평균 수율(전년 하반기 20%대 → 6개월 만에 약 3배)
    2배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 전년 대비 확대 전망(2026.7.30 실적발표)
    한 분기당초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겨진 흑자전환 예상 시점
    01

    4년의 적자, 그리고 이례적으로 당겨진 반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2년 이후 4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2026년 상반기에도 36억 3,000만 달러(약 5조 5,20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문제는 손실 규모만이 아니었다 — 시장에서의 경쟁력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다는 점이 더 뼈아팠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2024년 1분기 10.5%에서 2025년 3분기 7.1%까지 주저앉았다. 반면 같은 기간 TSMC의 점유율은 62.8%에서 70.4%로 오히려 상승했다.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시장 전체가 한 회사로 더 쏠리는 흐름이었다.

    삼성전자 · 하락하는 점유율

    2024년 1분기 10.5% → 2025년 3분기 7.1%. 가동률 부진과 수율 문제가 겹치며 4년째 적자가 이어졌다.

    TSMC · 굳어지는 1위

    같은 기간 62.8% → 70.4%로 상승.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벌어졌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 흐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당초 4분기로 점쳐졌던 파운드리 사업의 흑자전환 시점이 3분기로 한 분기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공식 확인된 수치는 아니지만, 그 근거로 지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 2나노 공정 수율의 반등, 그리고 HBM4용 베이스 다이 가동률 상승이다.

    왜 하필 지금인가

    반전의 신호는 실적표보다 공정 데이터에 먼저 나타났다. 2026년 3월 기준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평균 수율은 60%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작년 하반기 20%대에서 불과 6개월 만에 세 배 가까이 뛴 수치다. TSMC의 2나노 수율(60~70%대)과의 격차도 눈에 띄게 좁혀졌다.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
    웨이퍼 위 수백 개의 칩 중 몇 개가 정상 작동하느냐 — 그 비율이 곧 파운드리의 ‘수율’이다 · 사진: Intel Free Press, Wikimedia Commons(CC BY 2.0)
    02

    6개월 만에 세 배 뛴 수율,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남았다

    이 수율 개선의 배경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기반 2나노 공정의 성숙이 있다. 다만 위탁생산 고객사별로 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은 평균 수율이 아직 50%를 밑돌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성능과 수율 모두 의미 있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중국 카난(Canaan), 마이크로BT(MicroBT) 등이 위탁한 비트코인 채굴기용 칩은 상대적으로 회로 구조가 단순해 수율 개선이 먼저 확인됐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흔히 나타나듯, 복잡한 로직 칩보다 단순한 설계의 제품에서 수율이 먼저 안정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03

    브로드컴과 빅테크들,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대기줄

    수율이 오르자 뒤따라온 건 수주 소식이다. 2026년 7월 30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2나노 수주 과제 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대형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와 AI·고성능컴퓨팅(HPC) 고객사들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브로드컴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과는 이미 협의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 설계에 착수한 프로젝트가 여럿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반도체 업계에서 ‘설계 착수’ 단계는 통상 실제 양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신호로 읽힌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율 60%와 수주 2배라는 두 개의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4년의 적자는 비로소 ‘지나간 일’이 될 조건을 갖춘다.

    물론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흑자전환은 공식 발표 전이고, 엑시노스 2600처럼 일부 제품의 수율은 여전히 50%를 밑돈다.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하지만 수율과 수주라는 두 지표가 동시에, 그것도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난 4년과는 분명히 다른 신호다.

    3분기 실적표에 실제로 ‘흑자’라는 글자가 찍히는 순간, 이번 반전은 숫자를 넘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첨단기술#삼성전자#파운드리#반도체#2나노

    자료 출처: 뉴스핌, 디지털데일리, 한국경제, 글로벌이코노믹, 아시아경제, 삼성전자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등 공개 보도 종합. 사진: Wikimedia Commons(hyolee2, CC BY-SA 4.0 / Intel Free Press, CC BY 2.0).

  • 비만치료제가 항암제를 이겼다 — GLP-1, 54조 원의 전쟁

    오젬픽 세마글루타이드 주사 펜
    건강 · ISSUE REPORT

    비만치료제가 항암제를 이겼다
    — GLP-1, 54조 원의 전쟁

    사상 최초, 단일 계열 약물이 항암제 매출을 넘어서다

    과 12개월 만에 매출이 200억 달러 늘었다.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위고비로 대표되는 GLP-1 계열 약물이 만들어낸 합산 매출이, 오랫동안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지켜온 항암제 키트루다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체중 감량이 이제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돈이 오가는 전쟁터가 됐다.

    $365억일라이 릴리 GLP-1 계열 합산 매출(약 54조 원)
    $312억노보 노디스크 GLP-1 계열 합산 매출(약 46조 원)
    $316억항암제 키트루다 매출 — GLP-1이 최초로 넘어선 벽
    01

    당뇨약에서 시작해, 제약업계 1위 자리까지

    일라이 릴리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230억 달러, 전년비 +99%)와 체중 관리 목적의 젭바운드(135억 달러, 전년비 +175%)를 합쳐 365억 달러(약 54조 49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당뇨치료제 오젬픽(192억 달러)과 비만치료제 위고비(120억 달러)를 합쳐 312억 달러(약 46조 2,009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 숫자들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비교 대상 때문이다.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자리를 지켜온 항암제 키트루다의 매출은 316억 달러.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각각의 GLP-1 제품군 합산 매출이 이 벽을 넘어선 것은, “단일 성분 의약품들이 합산 매출을 통해 항암제의 매출 벽을 허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이례적인 사건이다. 특히 릴리는 불과 12개월 만에 매출을 200억 달러 늘리며 글로벌 제약사 매출 순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당뇨약에서 출발해 ‘체중 관리’로 무게중심 이동

    흥미로운 대목은 성장의 축이다. 릴리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99%)보다 체중 관리 목적의 젭바운드(+175%) 성장률이 훨씬 가파르다. 이는 GLP-1 계열 약물의 무게중심이 당뇨 관리에서 체중 감량이라는, 훨씬 더 넓은 잠재 수요를 가진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02

    두 회사의 양강 구도, 다음 라운드는

    업계에서는 이 시장을 “묵은지 ‘노보’와 신흥 강자 ‘릴리’의 대결”로 표현한다. 먼저 시장을 개척한 노보 노디스크와, 빠른 속도로 매출을 불려 온 일라이 릴리의 경쟁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분석도 있다. 경구용 제형이나 복합제 등 후속 제품을 둘러싼 기술이전·특허 경쟁이 이미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이 질병으로 재정의되면서, 체중 관리 시장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 됐다.

    54조 원. 이 숫자는 단순한 매출 기록이 아니라, 체중 감량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의료 시스템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이 거대한 시장에 세 번째, 네 번째 도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뛰어드느냐다.

    #건강#GLP-1#비만치료제#오젬픽#제약산업

    자료 출처: 다음뉴스, 바이오타임즈, 히트뉴스 등 공개 보도 종합. 이 기사는 의료적 조언이 아니며 일반 산업 동향 정보입니다. 사진: Wikimedia Commons(CC BY-SA 2.0)

  • 축제는 늘어나는데, 지갑은 안 열린다 — 2026년 지역축제의 역설

    연등회 야간 축제
    도시축제 · ISSUE REPORT

    축제는 늘어나는데, 지갑은 안 열린다
    — 2026년 지역축제의 역설

    방문객 역대급, 소비는 하락

    67만 명. 지난 3월 나흘간 열린 논산딸기축제를 찾은 방문객 숫자다. 현장에서만 150톤의 딸기가 팔려나갔다. 전국 곳곳의 지역축제가 저마다 역대 최고 방문객 기록을 갈아치우는 요즘이지만, 정작 지역 경제로 흘러드는 소비 효과는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람은 몰리는데 지갑은 예전만큼 열리지 않는, 축제 시장의 역설이다.

    67만 명2026 논산딸기축제 방문객(3.26~29, 나흘간)
    1,280억 원고양국제꽃박람회 경제 유발 효과 전망(유료 34만 명)
    103억 원동해시 3대 축제 소비효과
    01

    방문객은 느는데, 소비는 뒷걸음질

    올해 지역축제 시즌의 성적표만 보면 화려하다. 논산딸기축제는 나흘간 67만여 명이 다녀갔고 현장에서 150톤의 딸기가 판매됐다.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유료 관람객 34만 명을 기록하며 경제 유발 효과가 1,28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해시는 3대 축제를 통해 소비효과 103억 원을 냈다며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문객 수의 증가가 곧 지역 경제 효과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최근 보도의 핵심 지적이다. 한 매체는 “지역축제, 역대급 방문객에도 소비는 하락… 경제 효과 ‘빨간불'”이라는 제목으로, 방문객 통계와 실제 소비 지표 사이의 괴리를 짚었다. 축제장을 스쳐 지나가는 ‘당일치기 관광’이 늘면서, 숙박·외식 등 체류형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을 축제 시즌, 지자체의 경쟁은 계속된다

    하반기에도 축제 경쟁은 이어진다. 8월 말 영동포도축제를 시작으로 9월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2025년 32만 명 방문), 10월 임실N치즈축제와 김천김밥축제(2025년 15만 명, 한국축제콘텐츠대상 수상), 11월 구미라면축제까지 지역 특산물을 앞세운 축제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이 많은 축제들이 서로 방문객을 나눠 갖는 ‘제로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다.

    02

    숫자 경쟁에서 ‘머무는 이유’ 경쟁으로

    전문가들은 이제 지자체들이 ‘몇 명이 왔는가’라는 방문객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라는 체류 시간 경쟁으로 전략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해시가 내세운 ‘체류형 관광도시’ 전환이 대표적 사례다. 숙박 연계 상품, 야간 프로그램, 지역 상권과의 결합 없이는 아무리 방문객이 늘어도 지역 경제로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제의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이제 인파의 크기가 아니라, 그 인파가 하루를 얼마나 더 머물게 만드느냐에 있다.

    전국의 가을 축제가 다시 한 번 역대급 방문객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그 기록이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온기로 이어질지는, 결국 축제가 끝난 뒤의 숙박업소와 식당 매출표가 말해줄 것이다.

    #도시축제#지역축제#관광#지역경제#체류형관광

    자료 출처: 헤이팝, 디지털데일리, 유스연합, 서울뉴스네트워크 등 공개 보도 종합. 사진: Korea.net/KOCIS, Wikimedia Commons(CC BY-SA 2.0)

  • 전고체 배터리, 진짜 온다? — BYD ‘400Wh/kg’의 계산법

    BYD e6 전기차
    자동차 · ISSUE REPORT

    전고체 배터리, 진짜 온다?
    — BYD ‘400Wh/kg’의 계산법

    숫자는 화려하다, 로드맵은 냉정하다

    로그램당 400와트시 이상의 에너지밀도, 15분 완충, 1만 회 이상의 충·방전 수명. 중국 BYD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 사양은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완전히 뛰어넘는 숫자들이다. 그러나 이 숫자가 실제 도로 위에 올라오기까지는, BYD 스스로 제시한 로드맵으로도 앞으로 몇 년이 더 필요하다.

    400Wh/kg+BYD 전고체 배터리 목표 에너지밀도
    1만 회+목표 충·방전 사이클 수명(기존 LFP 3,000~6,000회)
    244.6GWh2026년 1~3월 글로벌 EV 배터리 사용량(SNE리서치)
    01

    2~3배의 수명, 그러나 2027년부터 ‘시범’

    BYD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킬로그램당 400와트시 이상의 에너지밀도, 15분 완충, 1만 회 이상의 충·방전 사이클 수명을 구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력으로 쓰이는 LFP 배터리의 사이클 수명이 3,000~6,000회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약 2~3배 우수한 성능이다. 다만 BYD의 자체 로드맵을 보면 2027년에는 ‘시범 탑재’가 시작되는 수준이고, 실제 대규모 탑재는 2030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화려한 스펙 발표와 대중화 사이에는 여전히 몇 년의 시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한국 배터리·완성차 업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의왕연구소 내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구축해 양산성을 검증 중이며, 2030년경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중 양측의 상용화 목표 시점이 비슷한 2030년 전후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시장은 이미 244.6GWh 규모로 움직인다

    전고체 배터리가 아직 ‘미래형’ 기술인 반면, 현재 시장은 이미 거대한 규모로 굴러가고 있다. SNE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3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44.6GWh에 달한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이 늦어질수록, 이 거대한 기존 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이 그만큼 더 길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 · Wikimedia Commons(CC0)
    02

    과장된 기대와 현실 사이

    업계 일각에서는 전고체 배터리를 둘러싼 기대가 다소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전한 전고체가 아닌 ‘반고체(semi-solid)’ 배터리가 먼저 도로 위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스펙 시트의 숫자와, 대량생산 라인에서 안정적으로 재현되는 수율 사이에는 늘 간극이 존재해왔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배터리 전쟁의 다음 라운드는 누가 먼저 발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공장에서 그 숫자를 재현하느냐로 결정된다.

    400Wh/kg이라는 숫자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실제 양산차의 주행거리와 가격표로 바뀌기까지, 시장은 앞으로도 몇 년의 검증 기간을 더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전기차#전고체배터리#BYD#배터리기술

    자료 출처: 더구루, SNE리서치, 스타뉴스 등 공개 보도 종합. 사진: Wikimedia Commons(CC BY-SA 4.0 / CC0)

  • AI 아이돌, 무대에 서다 — K팝이 그리는 2026년의 뉴 페이스

    야간 콘서트 무대 조명
    연예 · ISSUE REPORT

    AI 아이돌, 무대에 서다
    — K팝이 그리는 2026년의 뉴 페이스

    목소리는 학습되고, 얼굴은 렌더링된다

    상 아이돌이 음원 차트에 오르는 일이 더 이상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됐다. 2026년 가요계에서는 ‘키키(Kiki)’와 ‘하투하(Hatuha)’ 같은 버추얼 아이돌이 실제로 선전하고 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에스파(aespa)는 인간 멤버와 가상 자아 ‘ae’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례로 자리 잡았다. 대형 기획사 HYBE도 버추얼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질문은 이제 ‘가능한가’가 아니라 ‘누가 책임지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286억2023년 글로벌 녹음음악 매출(전년비 +10.2%)
    67.3%전체 매출 중 스트리밍 비중
    별도 항목한국문화정보원, 버추얼 아티스트 매출 분류 신설
    01

    가상의 얼굴이 실제 차트에 오르는 시대

    버추얼 아이돌 ‘키키’와 ‘하투하’는 2026년 국내 가요계에서 실질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낸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SM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선보인 에스파의 ‘인간+가상자아’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는 흐름이며, HYBE 역시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이 버추얼 아티스트 관련 매출을 별도 항목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영역이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 전체로 보면 배경도 우호적이다. 2023년 기준 글로벌 녹음음악 매출은 28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2% 성장했고, 이 중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에 달한다. 음악·공연 분야는 한국 콘텐츠 수출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이며, 버추얼 아티스트는 이 성장세에 올라탄 새로운 변수다.

    비용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다만 모든 사례가 인간 아이돌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초기 3D 렌더링과 AI 시스템 구축, 브랜드 만들기에 드는 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화제성과 실제 수익성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02

    목소리의 저작권, 누구의 것인가

    가장 뜨거운 쟁점은 법적·윤리적 영역이다. AI 음성 합성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와 원 아티스트의 동의 여부가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특히 세상을 떠났거나 활동을 중단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사후 음성 사용’ 문제, 그리고 딥페이크 기술이 악용돼 허위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된다.

    이에 대응해 한국저작권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한국 AI 기본법’을 통해 합성 콘텐츠에 대한 책임 소재와 표시 의무를 제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스스로도 자율적인 워터마킹 체계를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술은 이미 무대 위에 올라섰다. 남은 숙제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법이 따라잡는 일이다.

    K팝의 다음 세대는 사람과 데이터가 함께 만드는 얼굴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얼굴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신뢰받으며 무대에 설 수 있을지는 결국 법과 제도가 얼마나 빨리 따라붙느냐에 달려 있다.

    #연예#K팝#AI아이돌#버추얼아티스트#저작권

    자료 출처: PwC컨설팅 K팝 산업 리포트, 부산해프스, 한국문화정보원 등 공개 자료 종합. 사진: Wikimedia Commons(CC BY 2.0)

  • 인공태양 경쟁 2026 — SPARC·헬리온·TAE, 누가 먼저 불을 켤까

    ITER 토카막 및 플랜트 시스템
    과학 · ISSUE REPORT

    인공태양 경쟁 2026
    — SPARC·헬리온·TAE, 누가 먼저 불을 켤까

    핵융합, 실험실을 떠나 전력망으로

    2022년 12월, 미국 국가점화시설(NIF)의 레이저가 사상 최초로 핵융합 반응에서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는 ‘점화(ignition)’에 성공했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증명을 실제 발전소로 옮기려는 민간 기업들의 경주가 본격화됐다. 목표는 같다 — 태양이 하는 일을 지구에서, 상업적으로 재현하는 것.

    $20억+Commonwealth Fusion Systems(SPARC) 누적 투자
    2027SPARC 첫 플라즈마(first plasma) 목표 연도
    50MW헬리온·마이크로소프트 전력구매계약(PPA) 규모
    01

    네 개의 트랙, 네 가지 방식

    2026년 현재 핵융합 상용화 경쟁을 이끄는 선두 그룹은 대략 네 갈래로 나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스핀아웃한 Commonwealth Fusion Systems(CFS)는 고온 초전도(HTS) 자석을 활용한 콤팩트 토카막 ‘SPARC’를 앞세운다. 2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첫 플라즈마 발생을 2027년으로 목표하고 있다. 후속 상용 발전소 ‘ARC’는 2030년대 초 전력망 공급을 목표로 하며, 이미 미국 전력회사 도미니언 에너지와 전력구매계약(PPA)까지 체결한 상태다.

    워싱턴주 기반의 Helion Energy는 자기장 반전 배치(FRC) 방식을 택했다. 약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50메가와트 규모의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며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일정을 두고 “극도로 공격적(extremely aggressive)”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TAE Technologies는 빔 구동 FRC 방식에 수소-붕소-11 핵융합이라는, 중성자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방식을 추구한다. 역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았으며 2020년대 후반 순에너지 달성, 2030년대 상용 배치를 목표로 한다.

    NIF가 증명한 것

    이 모든 민간 경쟁의 출발점에는 정부 주도 연구시설의 성과가 있다. 미국 국가점화시설(NIF)은 2022년 12월 세계 최초로 ‘과학적 점화’를 달성했고, 2024년에는 수 메가줄(megajoule) 규모의 핵융합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관성 핵융합 방식으로 물리적 가능성을 증명한 이 성과가, 이후 민간 관성 핵융합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국가점화시설 타깃 체임버 내부
    NIF 타깃 체임버 내부 · 사진: Lawrence Livermore National Security, Wikimedia Commons(CC BY-SA 3.0)
    02

    ‘공격적인 일정’이라는 공통된 꼬리표

    네 프로젝트 모두 화려한 숫자와 계약을 내세우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시선은 신중하다. 핵융합은 지난 70년간 “앞으로 30년”이라는 농담이 따라다닐 만큼 상용화 일정이 계속 미뤄져 온 분야이기 때문이다. 헬리온의 2028년 목표나 SPARC의 2027년 첫 플라즈마 목표 모두, 실제로는 몇 년씩 늦춰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도미니언 에너지 같은 실제 전력 수요자들이 선구매 계약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신호다. 핵융합은 이제 순수 연구실의 언어가 아니라, 전력구매계약(PPA)이라는 산업의 언어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과학#핵융합#에너지#SPARC#인공태양

    자료 출처: Commonwealth Fusion Systems, Helion Energy, TAE Technologies, 미 에너지부(NIF) 공개 자료 종합. 사진: Wikimedia Commons(CC BY 2.0 / CC BY-SA 3.0)

  • 2026년 세계경제, 3%대로 숨 고르기 — 관세보다 무서운 건 ‘불확실성’이다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
    시사 · ISSUE REPORT

    2026년 세계경제, 3%대로 숨 고르기
    — 관세보다 무서운 건 ‘불확실성’이다

    중첩된 충격, 좁아진 활로

    나라 정부가 최근 내놓은 2026년 세계경제 전망 업데이트의 핵심 키워드는 단 여덟 글자, “중첩된 충격, 좁아진 활로”다. 성장률 숫자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숫자를 흔들 수 있는 변수가 한꺼번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충격, 인플레이션 재점화, 국채시장 불안 — 그리고 그 무엇보다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건 관세율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3.0%2026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2025년 3.4%에서 하락)
    4.5%중국 2026년 성장률 전망 (인도 6.4%·미국 2.0%)
    3.1%2027년 반등 전망치
    01

    숫자는 완만하지만, 리스크는 겹겹이 쌓였다

    국내외 경제전망 업데이트에 따르면 2026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0%로, 2025년 3.4% 대비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2.0%, 유로존 0.9%, 일본 0.7%로 선진국은 둔화 흐름이 뚜렷한 반면, 중국 4.5%, 인도 6.4%, 아세안 5개국 4.8%로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2027년에는 3.1%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전망치를 흔들 수 있는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 —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부담이 비대칭적으로 집중되고 있다. 둘째는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에너지 가격 충격이 근원물가로 전이될 경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여력이 소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선진국의 재정 부담과 장기금리 상승으로 인한 거시정책 공간의 축소다.

    관세 ‘숫자’보다 무서운 건 ‘경로’

    보고서가 강조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관세율 자체보다 “정책 경로의 예측 가능성 저하가 더 큰 문제”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최근 미중 협상에서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 관세를 일부 인하하고, 중국은 농산품·에너지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한국 기업들에게 필요한 건 단기 관세 수준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정책 자체가 수시로 바뀌는 변동성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02

    신흥국이 버티고, 선진국이 숨을 고른다

    이번 전망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성장 축의 이동이다. 미국·유로존·일본 등 선진국 그룹이 나란히 1%대 이하로 내려앉는 사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신흥국은 4%대 중후반 성장을 지켜내고 있다. 아세안 5개국 역시 4.8%로 견조하다.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 다시 한 번 아시아로 쏠리는 흐름이 통계로 확인되는 셈이다.

    다만 신흥국의 견조함이 곧 리스크로부터의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오히려 중동발 충격에 더 취약하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성장률 숫자만 보고 안심하기보다, 그 숫자를 지탱하는 조건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관세율이 몇 퍼센트냐보다, 그 숫자가 다음 달에도 같을 것이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2026년의 세계경제는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 자체가, 이제는 하나의 독립된 리스크 요인으로 다뤄지고 있다.

    #시사#세계경제#무역#관세#2026경제전망

    자료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삼일PwC 등 공개 발표 종합. 사진: Wikimedia Commons(CC BY-SA 3.0)